[이명경 소장의 학습비법] 조기 교육 최고의 도구는 사람이다

이 명 경 한국집중력센터㈜ 소장 '내 아이를 위한 공부의 기술'저자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은 단연 "요즘 대치동에서는 이렇게 교육한대"이다. 이 보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경우 "이게 영국 왕실의 교육 비법이래요"라는 말이다. 값비싼 교구를 손으로 흔들며 영국의 로열패밀리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 교구를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교구를 사는 부모들의 마음에는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 싶은 욕심과 아이의 재능을 부모의 무지나 무능으로 제대로 발현시키기 못하면 어쩌나 걱정되는 마음이 함께 있는 것 같다. 간혹은 바쁜 엄마 아빠의 스케줄로 인해 아이와 충분히 놀아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돈으로라도 보상해 주려는 마음도 함께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 도구는 사람이다. 사람 중에서도 자신과 눈 마주치고 이야기 나누며 고개도 끄덕이고 맞장구도 쳐 주는 친근한 사람과의 교류가 가장 교육적이다. 이러한 교류는 양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질적으로도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서 값비싼 교구를 사주는 것은 양적인 부족함을 질적으로 채우고자 하는 노력이지만 엄마 아빠가 빠진 값비싼 교구는 질적인 부족함을 채우지 못한다.

오히려 사람이 아니라 교구에만 의존하는 교육은 인지 발달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이 혼자 교육용 비디오를 오랜 시간 보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말없이 비디오에 몰두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서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길어지면 사람과의 교류를 힘들어하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폐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자폐증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친구들이랑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사람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눈치껏 행동하지 못하는 등의 사회성 문제를 갖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0~3세 시기에 사람과의 교류가 적은 환경에 놓여 있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엄마의 몸이 많이 아팠거나 산후 우울증 등으로 아이를 방치했던 시간이 길었거나, 엄마가 너무 바빠 아이 돌보기를 소홀히 했거나, 지나친 조기교육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아이들은 대체로 사회성이 부족하다.

아이에게 값비싼 교구를 안겨주고 유능한 선생님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집안의 물건과 집 밖의 자연을 교구 삼아 엄마가 교육을 이끌어 주는 것이 균형 있는 발달을 촉진할 수 있다. 직장 등의 문제로 함께 하는 시간이 적더라도 생활 속에서 자연히 배어나오는 대화를 통해 학습을 촉진시킬 수 있다.

한번 놀아줄 때 '진하게' 놀아주는 경험으로도 질적인 보상을 할 수 있다. 요리를 하면서 집안의 국자와 냄비를 이용해서 색깔, 숫자, 소리, 촉감을 가르칠 수 있고 외출하는 길에 접하는 집 밖의 자동차와 나무로도 대화가 가능하다. 엄마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자와 냄비를 부딪치며 "쨍그랑 쨍그랑 소리가 나는 국자와 냄비야. 국자는 하얀색이고 냄비는 은색이네. 우리 은호가 입고 있는 옷도 하얀색이고. 엄마는 이렇게 깨끗한 하얀색이 좋은데 은호는 무슨 색깔 좋아해? 우리 집에 국자가 모두 몇 개 있나 보자. 하나, 둘, 셋" 이런 식의 생활 속 대화는 "선생님 오셨네, 이제부터 여기서 블록쌓기 하자"식의 교육보다 훨씬 낫다.

TV나 비디오를 보더라도 아이 혼자 멍하니 보게 하기 보다는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백과사전이나 인터넷 등으로 찾아서 경험의 깊이를 넓힐 수 있다. 다른 엄마들이 사주는 값비싼 교구를 못 사주거나 유행하는 교육을 못 시키는 것을 미안해하기보다 엄마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육체적 수고로움으로 아이와의 즐거운 놀이 시간을 많이 가지면 된다.